엔트로피는 무질서도가 아니다?
우리는 학창 시절에 열역학 법칙에 관하여 공부했다. 그때 엔트로피라는 단어에 처음 접하게 된 것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엔트로피는 무질서도라고 배운 기억이 있을 것이다. 엔트로피는 열 에너지를 다루는 열역학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고, 우주의 자연 현상의 흐름을 설명하는 도구로 사용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그러나 막상 엔트로피가 무엇이냐고 질문을 받는다면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엔트로피는 단순히 무질서라는 개념으로만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과학에서는 엔트로피를 알아야만 우주의 팽창과 시간의 흐름 그리고 에너지의 교환에 관한 설명을 할 수 있다. 엔트로피가 단순히 무질서도 라고 알고 있는 것은 약간은 부족한 지식이다. 이 글에서는 엔트로피에 관하여 그 개념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엔트로피란 무엇인가?
엔트로피는(Entropy) 물리학, 확률 이론, 정보 이론 및 다른 여러 분야에서 사용되는 중요한 개념이지만 여기서는 물리 화학적 측면의 엔트로피를 설명하려고 한다.
열역학에서 엔트로피는 물질 또는 에너지의 무질서한 상태를 나타내는 데, 더 정확하게는 물질이나 에너지 상태가 가질 수 있는 경우의 수로서의 확률을 나타낸다.
열역학 제2법칙인 엔트로피 증가의 원리에 따르면, 닫힌 열역학 시스템의 엔트로피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가하는데, 이것은 에너지의 무질서한 분포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무질서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물질이나 에너지가 가질 수 있는 상태는 그것이 존재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증가하는 확률을 가지는 쪽으로 분포되는 것이다.
엔트로피는 에너지 분포가 변하는 과정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으로써 엔트로피 증가는 에너지 분포 과정이 더 무질서한 상태로 진행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것은 에너지 변환 및 열 동력학의 이해에 중요하다.
엔트로피 개념은 복잡한 시스템, 생태계 및 자연 현상의 무질서한 상태를 이해하고 모델링하는 데 사용되고, 시스템의 안정성과 변동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엔트로피의 물리적 측면
방 안에 투명한 유리로 된 상자 안에 얼음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 얼음은 현재 고체 상태 이므로 얼음 분자들은 정해진 위치에서 일정한 배열 상태로 매우 낮은 무질서도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이 얼음은 서서히 녹기 시작하여 욜로 변한다. 이때 액체로 변한 물의 분자 상태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며 그 무질서도가 고체인 얼음에 비하여 증가한 상태에 있게 된다.

즉 얼음에서 물로 변하므로써 엔트로피는 증가하게 된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은 액체로 변한 얼음은 온도가 유지되는 이상 절대로 다시 얼음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다.
즉 닫힌 계의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한은 엔트로피가 높은 상태에서 엔트로피가 낮은 상태로 저절로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을 엔트로피의 비가역성이라고 하고 이것은 엔트로피의 방향성을 의미하며 엔트로피는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단적인 설명이다.
열적 엔트로피는 시스템 내부(유리 상자 내부)의 물의 분자들이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지,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따라 변화한다. 엔트로피가 증가할수록 시스템의 무질서도가 높아지며, 엔트로피가 감소하면 시스템이 더 질서 정연한 상태로 변화한다.
위에서는 물 분자의 배열상태로 엔트로피를 설명했지만 이것은 엔트로피를 직관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한 가지 예를 든 것에 불과하다. 엔트로피를 입자의 배열 상태로만 설명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오히려 입자들이 배열될 수 있는 영역의 크기와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도자기 컵이 바닥에 떨어져 깨지는 것은 분명히 무질서도가 증가하므로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자연에서는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했으므로 확장해서 생각하면 모든 도자기 컵은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이 나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적으로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엔트로피를 입자들의 무질서도로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무엇이 있다. 다음에 언급하는 수학적 측면을 보고 엔트로피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
엔트로피의 수학적 측면
열역학 제2 법칙은 닫혀있는 계에서 열은 결코 스스로 모이지 않고 항상 고르게 퍼지려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엔트로피라는 개념을 이용하여 설명한다.
우리 주변의 물리현상 중에는 한쪽 방향으로만 흐르는 현상들이 있다. 그 현상들은 의도적으로 에너지를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키지 않는 이상 더 이상 원래 상태로 돌아오지 않는다. 통계 물리학에선 이것을 입자들이 취할 수 있는 여러 상태 중 더 많은 경우의 수를 가진, 즉 더 높은 확률을 가진 상태 쪽으로 입자가 움직인 결과라고 설명한다.
이때 입자들이 취할 수 있는 가능한 상태의 수가 더 많을 때 통계물리학에선 엔트로피가 높다고 말한다. 즉 엔트로피란 입자가 위치할 수 있는 가능한 상태의 수에 대한 확률을 측정하는 단위란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문이 하나만 있는 방이 있다고 하자. 우리는 문 틈으로 색깔이 있는 연기를 들여보내면 연기가 방에 골고루 퍼지는 것을 안다. 그렇다면 그 연기는 왜 한쪽으로 모여 있지 않고 고르게 방을 채우는지 생각해 보자.
우선 방 안을 크게 12 칸으로 나누고 연기를 이루는 입자가 8개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들 연기 입자가 방 안에서 배치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여러 가지가 있다.
방의 중앙을 기준점으로 왼쪽 또는 오른쪽에 8개 입자가 모두 몰려있을 경우가 있고, 어느 한쪽으로 조금 더 많은 공기 입자가 쏠리거나 양쪽에 각각 네 개씩의 연기 입자가 고르게 분포하는 경우도 있다. 그 외에도 연기 입자가 있는 여러 가지 경우가 존재한다.
아래는 연기 입자가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배열되는 몇 가지 경우에 대한 그림과 그때의 경우의 수이다.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실제로 연기의 입자들은 수없이 많고 골고루 배열되며 분포되는 경우의 수가 점점 많아진다는 것이다.

또한 방을 더 많은 개수의 칸으로 나누어 생각하면 연기 입자가 몰려있는 경우의 수보다 넓게 퍼지는 경우의 수가 훨씬 많아지므로 그렇게 배치될 확률이 높아진다고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입자들이 몰려 있는 것보다는 경우의 수가 훨씬 많은 골고루 퍼지는 쪽으로 배치가 되는 것이다. 즉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것은 연기 입자가 배치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증가하는 쪽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깨진 도자기 컵 조각들이 다양한 배열로 퍼져 있을 경우의 수가 원래 상태로 몰려 있을 경우의 수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로 한번 깨진 컵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오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엔트로피 개념은 시간이 흐를수록 우주가 무질서한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흘러 우주의 에너지가 안정되고 고르게 분포되는 열평형 상태를 이루려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옳다.
열역학 제2 법칙과 엔트로피의 관계
열역학 제2 법칙에 따르면 에너지는 자연스럽게 더 무질서한 상태로 흐르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엔트로피가 증가한다.
엔트로피가 증가할수록 계의 상태는 더 무질서해지며, 엔트로피가 감소하면 계의 상태는 더 질서 있게 된다.
에너지 변화가 발생하면, 계의 엔트로피도 변하는데 엔트로피의 변화는 열과 일을 통해 나타난다. 열은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경향이 있고, 일은 엔트로피를 감소시키는 경향이 있다.
열역학 계는 열에 의해 에너지를 받고 방출하는데, 이 과정은 엔트로피의 변화를 유발한다. 열의 이동은 높은 온도에서 낮은 온도로 향하는 향하고, 이로 인해 엔트로피가 증가한다.
결론
엔트로피란 개념을 이용하면 에너지가 왜 한쪽으로 집중되지 않고 고르게 분산되려 하는 속성을 띠는지 쉽게 설명 가능하다. 엔트로피는 단순히 무질서도의 증가가 아니라 배치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커지는 쪽으로 에너지 상태가 분포된다는 개념이다.
엔트로피 개념을 이용하면 왜 시간은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미래로만 흐르고 그 반대로는 흐를 수 없는지도 설명 가능하다. 또한 엔트로피 개념을 이용하여 우주팽창의 원리를 설명할 수도 있다.
엔트로피는 과학의 많은 분야에서 지금까지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웠던 물리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물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주의 천체들이 모두 회전하는 이유는? (1) | 2024.04.20 |
---|---|
빅뱅(Big Bang) (0) | 2023.09.02 |
E=mc² (0) | 2023.08.18 |
특수 상대성이론(Theory of special relativity) (1) | 2023.08.16 |
초전도체(supercondoctor) (0) | 2023.07.31 |